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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반복되는 생활./사사로이 이야기함. 또는 그런 이야기.

무제 #180122

신기술은 정책과 규제 속에서 태어나지 않는다. 자유롭고 톡톡 튀는 사고 방식 에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유형의 신기술이 안전한 모래사장 안에서만 활동하라는 통제 속에서 만들어지기 어려운건 누구나 아는 기정사실이다. 컴쟁이들의 아버지인 폰 노이만은 타고난 천재였고,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엘런 튜링은 사고에 있어 기이한 존재가 아니었던가.

한편, 기술이 사람보다 우선시 되는 것도 문제가 크다. 만드는 과정에 타인에게 피해를 입혀서는 안되고, 만들어 진 후에도 그렇게 되지 않길 바래해야 한다. 역기능적 동작의 바램이 현실로 이루어지지 않게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 마저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은 아무리 배움이 많은 인생이다 한들 모든 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는 믿음과 같은 맥락을 가진다.

누구나 하는 말이지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새로운 기술의 순기능을 파악하여 강화하고 역기능을 제제할 규제가 필요하다. 여기서 순기능은 기술을 의미하고 역기능은 사회적 문제를 의미한다. 기술에 도덕이 어디있고 윤리가 어디있나. 다만 과학자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고민좀 하고, 이게 큰 대중화가 이뤄졌을 때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달라지는 양날검인 것을. 이미 과학철학으로 분류되면서 도덕철학과 다른 길을 걸은지 오래다.

화약이라는 것이 중국에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알려져있다. 이 기술이 발전해 총이 되었고, 이로 인해 살인을 할 수 있다는 도덕적 문제가 야기된다. 그렇다고 총이나 화약을 규제 대상으로 놓을 순 없다. 잘못 규제했다간 규제 때문은 아니지만, 도이치 기갑부대와 폴란드 기병대 모습을 연상케 할 수 있기 떄문이다. 또한 화약을 만든 중국이나 다이너마이트를 만든 노벨은 역사적으로 희대의 살인국, 살인마가 되는 셈이다.

요즘 핫한 논쟁이 딱 이런 느낌이다. 유시민 작가님의 이야기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래를 포기한 느낌이, 김진화 대표님의 이야기엔 미래를 주도하기 위해 현실을 외면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1년이나 넘는 시간동안 준비한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바라보는 정부의 태도는 너무나도 허무했다. 규제 아니면 혁파. 0 아니면 1. 흑 아니면 백. 엄마 아니면 아빠.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한 세미나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FBI에서 증거 수사를 위한 디지털 포렌식이나 사이버 해킹 기술을 연구하는데, 이를 법 집행기관에서 직접 수행할 필요가 있나요?" 질문 받은 FBI 수사관은 영어로 솰라솰라 했다. 무슨말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발표 내용이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취약성에 관한 연구 내용이었으니 긍정적인 대답을 했을 것 같다. 그리고 참 다행이다. 질문한 사람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서. 그러나 이 질문은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을 것 같다. 냉장 보관한 삶은 고구마 김치없이 먹는 기분이라서.


18.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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